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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 영화 포스터 (사진=스튜디오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
B급 평론으로 영화를 평가하려는 다소 뻔뻔한 도전의 첫 페이지를 열었다. 영화 생태계 안에서 겨우 기생하며 살고는 있지만 평론을 하기엔 무자격자나 마찬가지라 여겨져 B급 평론이라 명명하고 이 땅의 시네필들에게 티끌만 한 도움이라도 되어보고자 한다.
그 첫 번째 영화는 B급이라는 테마에 맞춰 준비한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이다.
장르 분류의 카테고리에서 오피셜 하게 자리하고 있지 않을 뿐 B급 영화라는 테마는 하나의 장르처럼 관객에게 인식이 되어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젠 세계적으로도 여러 장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우리의 영화지만 아쉽게도 소위 말하는 B급 영화로 구분 지을 수 있는 작품들은 아직 아쉬움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김민하 감독의 첫 장편영화인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은 이런 아쉬움을 달래 줄 단비 같은 영화다.
수능을 앞둔 어느 여고생들이 수능 만점을 위해서 목숨까지 걸고 귀신과 숨바꼭질을 한다는 다소 뻔하고 해묵은 소재로 영화는 전개된다. 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던 관객이라면 진한 클리셰 향기 가득한 학원 호러물쯤으로 이 영화를 처음 받아들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미 그 관객들은 감독이 허술하게 파놓은 덫에 빠져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곧 그 덫의 견고함에 놀라게 된다. 허술해 보이는 이 영화는 알고 보면 매우 정교하고 교묘하며 계산적이다. 시작은 알고도 속는 클리셰 범벅으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감독은 클리셰를 오히려 역이용하며 관객의 허를 찌른다.
어느 영화에서 본듯한 기시감이 풍기는 씬을 통해 오마주를 보여주고 소녀들의 유치한 퍼포먼스 속에 심어진 은유에는 거부할 수 없는 메시지가 들어있다. 정작 제일 무서운 건 죽음도 귀신도 아닌 수능 성적이라는 어마 무시한 아이러니는 또 어떠한가? 특히 신인 배우 김도연, 손주연, 강신희가 초반을 이끌어 나가다 베테랑 배우 정하담이 등장하면서 휘몰아치는 설계는 마치 두 개의 발사체를 가진 2단 로켓처럼 거침이 없다.
이렇듯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은 B급 영화가 갖춰야 할 덕목(?)들을 덕지덕지 붙이고 거추장스러울 정도로 과장되고 요란스럽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B급 영화의 대장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주성치의 영화들이 그러했듯이 덕지덕지 붙인 그 장치들은 거추장스럽기는커녕 이야기가 흐를수록 하나씩 제 역할을 찾아간다. 그래서 이 영화는 흥미롭다. B급 영화는 태생적 약점인 약한 서사로 인해 빈틈들이 생기기 마련인데 그 많은 장치들이 나름 선방하며 그 빈틈들을 잘 메운다. 물론 빈틈이 전혀 없지는 않다. 하지만 뜬금없고 억지스러워 보이는 그 빈틈들도 얼마든지 웃어 넘길 수 있다. 그것이 B급영화의 맛 아니겠는가?
우리는 어쩌면 새로운 방향으로 뻗어 나갈 제대로 된 감독 한 명을 얻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 해답은 이미 해외 영화제 반응을 통해 어느 정도 유추도 가능하지만 이 영화의후속편을 이미 예고한 김민하 감독의 다음 작업을 통해 확신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사족
유치함에 굴복하지 않으려 삐딱한 표정으로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자존심으로 버티던 내 입꼬리 주변 근육은 한순간 속절없이 힘이 풀려 헛웃음을 짓다가 이내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헛웃음을 뚫고 나온 유치(幼稚)는 그렇게 유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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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훈 영화 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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