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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증권이 영풍제지 주가조작 사태로 약 5000억원의 대규모 미수금이 발생하며 다시 한 번 리스크 관리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 4월 SG 증권발 주가조작 사태에서도 구설수에 오른 바 있어 더욱 키움증권을 바라보는 금융당국의 시선이 곱지 않다. 당국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키움증권을 비롯한 증권가 전반에 유사 사례가 발생하고 있지 않은지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수 거래된 금액 상당수가 시세조종에 쓰인 100여개의 계좌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는 타 증권사와 달리 증거금률을 낮게 설정해 온 탓에 계좌가 대거 사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키움증권은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가 터진 지난 18일까지 증거금률을 40%로 유지하다가 거래가 정지된 19일에서야 100%로 조정했다.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등이 올해 초부터 지난 7월까지 영풍제지 증거금을 100%로 상향 설정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증권사가 증거금률을 100%로 설정하면 해당 종목은 오로지 현금으로만 매수할 수 있어 미수거래가 차단된다. 증거금률을 40%로 설정했다면 현금 40만원만 있으면 주식 100만원어치를 살 수 있다. 나머지 60만원은 실제 주식이 계좌로 입고되는 날(거래일로부터 2영업일) 이전까지 납부하면 된다. 결제일까지 미수금을 내지 못하면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처분(반대매매)한다.
영풍제지는 뚜렷한 이유 없이 11개월간 주가가 12배 이상 올라 제지업체임에도 주가수익비율(PER)이 300배가 넘었다. 영풍제지 하한가로 발생한 미수금 4943억원은 키움증권 상반기 순이익(4258억원)을 뛰어넘는 규모다.
이번에 키움증권이 이례적으로 미수금 발생 사실을 공시한 것은 액수가 커 중요 경영사항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키움증권은 지난 10일 향후 3년간 당기순이익의 30% 이상을 자사주 매입·소각과 배당 등 주주 환원 정책에 사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상반기 순이익을 고스란히 미수금으로 떼일 위기에 처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4월 차액결제거래(CFD)를 이용해 거래량이 적은 종목의 주가를 끌어올린 뒤 차익을 실현한 라덕연 사태 이후 주가 조작을 비롯한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근절에 총력전을 펼쳐왔다.
이에 업계에서는 키움증권이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의 주가조작 의혹을 완전히 해소하지도 못했는데, 리스크 관리가 미흡해 주가조작 빌미를 줬다는 점에서 당국의 강도 높은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고 있다.
더욱이 ‘영풍제지’의 후폭풍이 거세지면서 키움증권의 주가도 급락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23일 오후 전 거래일 대비 23.73% 하락한 7만6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설용진 SK증권(001510) 연구원은 “키움증권은 그동안 높은 거래대금, 낮은 채권 트레이딩 등에 따른 긍정적인 실적 전망과 적극적 주주 환원 정책으로 양호한 주가 흐름 보여왔지만, 이번 사태로 단기적으로 부정적 주가 흐름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키움증권 측은 "반대매매를 통해 미수금을 회수할 예정이며, 고객의 변제에 따라 최종 미수채권 금액은 감소할 수 있다"고 공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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