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희의 집중탐구 #3] 겉과 속 다른 '민생대장정'... '쇼'통정치의 민낯

정치 / 송진희 기자 / 2019-05-16 23:3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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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만 돌아오면 서민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각 정당마다 의례적인 행사처럼 행해지는 관행이 있다. 민심을 헤아려 정책의 방향성을 결정하고 저마다 내세운 공약을 꼭 지키겠노라 약속하는 이른바 '민생 대장정'이다.

 

지난 11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보호 장비도 착용하지 않은 채 쓰레기 수거차량에 탑승하고 쓰레기를 치우는 모습이 보도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와 관련 민주일반노조는 "황교안의 사진 찍기 정치쇼가 환경미화원 노동을 모독했다"며 반발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에 따르면 황 대표는 환경미화노동자의 작업안전지침을 비롯해 산언안전보건법, 실정법상 도로교통법을 위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뿐 아니라 황 대표는 이후 참석한 불교 행사에서 합장과 반배 없이 무표정으로 일관해 여론을 들썩이게 하더니 낙동강 구미보 현장에는 이통장 연합회를 동원시키는 등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상황이다.

 

사실 이같은 정치인들의 '민생대장정' 논란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정치인들은 선거철만 되면 연어가 회귀하듯 지역구로 돌아오는데, 이때 필수적으로 거치는 '코스'가 정해져 있다. 그들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전통시장으로 향한다. 시장에 입성하면 왕의 시찰마냥 주변에 취재진들을 두르고 느릿하게 걷기 시작한다. 지나가며 상인들마다 악수를 청하고 사진을 찍어주는 것은 덤이다. 

 

이 시찰의 화룡점정은 역시 시장 먹거리를 사 먹는 부분이다. 그들은 연신 감탄사를 내뱉으며 시장 분식집에서 어묵꼬치를 하나 빼어들어 한입 크게 베어문다. 이 때를 기점으로 카메라 플래쉬가 쉴새없이 터진다. 사진기사 제목은 '어묵 맛보는 000 의원' 으로 대동소이한 기사들이 쏟아진다. 

 

물론 정치인들의 이런 식의 행보가 모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정치인들이 시장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하고 그들과 음식을 나누어 먹는 것이 왜 문제겠는가. 다만 이런 식의 연출된 방식에 과연 진정성이 존재하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정치쇼가 어디 이 뿐이랴. 여론 조성을 위한 삭발식을 거행하며 결연한 눈빛으로 카메라를 응시하거나, 단식을 하겠다며 천막 안에서 힘없는 눈으로 앉아있는 모습을 보면 실소부터 나온다. 이처럼 마음에도 없는 보여주기 식의 행보가 국민들에게 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정치인들이 있다면 정말 큰 오산이다.

 

세상은 무섭도록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정치는 변화가 없다. 아직도 그들은 어묵꼬치를 손에 든 채 상인들과 어깨동무를 하며 민생을 외치고 표를 구걸한다. 실정법을 어겨가면서까지 보호 장비 없이 쓰레기차에 올라 포즈를 잡는다. 아직까지도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연출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정치도 고루한 '쇼'통에서 탈피할 때가 됐다. 연출이 아닌 진정성을 갖고 국민들을 향해 다가가야 한다.

다가오는 총선에서는 이런 가짜 '민생대장정'이 사라지고 민초들의 상처를 보듬는 진짜 '민생 속으로'가 등장하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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