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에 인문사회 공부만으로는 취업하기 힘들죠” 취업을 위해 공대로 전과하는 인문대생들이 눈에 띈다. 인하대학교에 재학중인 강모(26‧4학년)씨는 재작년 취업을 위해 행정학과에서 산업공학과로 전과했다. 강씨는 “문과생이 공학 공부를 한다는 것이 엄두가 안 났지만, 현실적인 목표는 취업이기 때문에 전과 하기로 결심 했죠”라고 말했다. 또한 강씨는 “채용 공고를 보니 문과 계열 학생들이 지원할 수 있는 곳은 극도로 적었어요. 기업 선호도 평가에서도 취업 잘된다는 경영학과보다 공학계열의 학생을 선호한다고 하니 문과생들이 설 자리가 없어요.”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로 인하대학교 인문계열 학생 100명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현재 본인 과에 만족하는가?’ 라는 질문에 과반수 이상(51.7%)이 불만족 한다고 대답했다. 그들 중 공대로 전과 희망하는 사람이 39.2%로 1/3이상을 차지했고, 그 이유로는 ‘취업이 잘 되서’가 약 60%로 가장 많았다.
|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취업 포털 사람인이 대졸이상 신입구직자 1651명을 대상으로 가장 취업에 유리한 전공을 꼽자 ‘공학계열 (52.5%)’를 꼽았고, 취업에 가장 불리한 전공으로 ‘인문계열(47%)’을 가장 불리한 전공으로 뽑았다. 인문계열을 불리하다고 답한 이유는 ‘전공 관련 채용이 너무 없어서(43.8%, 복수응답)’가 첫 번째로 꼽혔다. 또 10명 중 9명(91.1%)은 자신의 전공 선택을 후회했다. 그 이유로는 '학과 취업률이 낮아서'(37.8%, 복수응답)가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생각했던 것과 달라서'(35.7%) '적성과 맞지 않아서'(32.4%) '기업이 선호하지 않는 학과라서'(32%)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이라서'(20%) 등의 이유를 들었다. 이처럼 최근에는 ‘실용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인문계열 과에서 공학계열로 전과하는 학생들이 늘어가는 추세다. 문과계열 학과를 졸업한 취업 준비생들이 전공을 살리지 못하고 취업도 어렵자, 최근에는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 인구론(인문계 90%가 논다.)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공대가 취업이 잘된다고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삼성은 지난해 하반기 공채 25개 계열사에서 5000여명 전체 채용인원의 85% 정도가 이공계 출신을 채용했다. 삼성 측은 구체적인 수치는 오해의 소지가 있어 밝히진 않지만 IT기업이기 때문에 이공계 출신 전공자가 많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기업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지난해 신입 공채의 이공·인문계 비율은 8대 2 수준이다. 거기다 LG디스플레이와 LG화학, 포스코ICT 등은 지난해부터 이공계 출신만 채용하기 시작했다. 경제가 악화되면서 기업들은 제품의 연구개발(R&D)에 집중하기 위해 이공계 인재 선발에 힘을 쓰겠다는 것이다.
|
기업의 움직임에 맞춰 대학 역시 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인하대학교는 내년 초 교육부의 프라임(산업연계 교육활성 선도대학)사업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인하대 대혁신(안)’을 발표했다. 혁신안의 주요 내용에는 △사회적 요구와 산업수요에 맞추어 교과과정 개편 △학과 경쟁력에 따라 입학정원 조정 △융합학과 신설이다. 구조조정에 따라 문과대학의 철학과와 불문학과는 교양 학부대학으로 운영하고, 영어영문학과·일본 언어문화학과는 정원을 대폭 축소한다. 대학 측은 현재 교육시스템이 사회요구와 불일치해 10여 년 동안 지속적으로 하락한 대학의 대외평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실제 작년 문과대학 졸업자 대상 인하대 취업률 수치는 44.2%으로 절반을 넘지 못한 반면, 올해 공과대학은 72.3%로 나타났다.
[ⓒ 기업경제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