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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클다운(trickle-down) 효과, 즉 낙수(落水)효과라고 해석되는 이 용어를 우리말로 표현 하자면 ‘떡고물효과’ 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물론 떡고물을 논공행상의 의미로 의도적으로 나누어 주는 것이라고 해석하면 다른 의미일 수 있다. 하지만 떡에 묻은 떡고물이 너무 많아서 의도하지 않아도 떨어지는 것이라고 본다면 트리클다운효과를 적절히 표현한 말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경제뉴스에서 마치 모두가 당연히 아는 것처럼 언급하는 트리클다운이란 단어는 어떤 뜻을 가지고 있을까? 먼저 트리클(trickle)은 사전적으로 ‘(액체 등이)흐르다’ 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down과 합성되면서 ‘액체 등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현상’이라는 뜻을 가지게 되었다. 여기서 액체의 흐름을 돈으로 변환하여서 국가나 기업이 부자가 되면 자연스럽게 금고가 넘쳐 돈이 시민들에게로 흘러간다는 뜻으로 설명한 것이다. 미국에서 레이건 대통령의 뒤를 이어 정권을 잡은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George Herbert Walker Bush(41th, 1989~1992)는 재임 동안 트리클다운효과를 기준으로 정책을 만들어 간다. 그러나 그 정책의 결과로 미국사회의 양극화와 경제 활력이 크게 떨어지고 조지 부시는 재선에 실패한다. 그 뒤를 이어받은 빌 클린턴 정부(42th, 1993~2000 재임)는 조지 부시의 경제정책을 폐지하고, 트리클다운효과는 없음을 선언했다. 그리고 그의 두 번의 임기동안 미국 역사상 최대의 경기호황기라는 평가를 받는다.
따라서 사람들은 트리클다운효과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리라 예상했으나 빌 클린턴의 섹스스캔들로 인해 공화당이 정권을 잡으면서 다시 고개를 든다. 당시의 대통령은 다름 아닌 조지 허버트 부시의 아들, 조시 워커 부시(George Walker Bush, 43th, 2001~2008 재임)였다. 그는 다시 한 번 경제정책의 틀을 트리클다운효과를 전제로 재편해 갔고, 그 결과 2008년 소위 ‘미국발 경제위기’를 야기했고, 사회 양극화 현상은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전체의 문제로 부상했다. 이렇게 트리클다운효과가 없음을 증명하는 사례들은 늘고 있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의 수는 상위 10%의 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 중 일부로 좁혀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이명박, 박근혜정부에서는 다시 한 번 트리클다운을 꺼내들었다. 그 결과, 현재 우리나라는 부의 양극화 심화와 1,500조에 육박하는 가계부채, 600조에 육박하는 국가부채 등 감당하기 힘든 부채로 인해 김영삼 정부의 말미에 ‘IMF조정기간’을 연상케 하는 불황을 맞이하고 있다.
이 트리클다운효과의 폐해를 막기 위한 방법으로 제시되는 것이 이른 바 ‘분수효과’인데, 이는 경제구조상 하부에 해당하는 서민들의 소득과 복지를 늘려 소비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는 정책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이는 낙수효과를 역으로 생각한 것이고 좀 더 많은 사람에게 부가 재분배되는 효과를 가져 올 것이라 기대 되고 있지만, 오바마 정부조차 전격적인 실행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미국 대선 과정에서 나타난 이른 바 ‘샌더스현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샌더스는 거의 50여년 간 자신이 좌파이며, 심지어 사회주의자라는 표현까지 서슴지 않았던 정치인이다. 그는 그의 정치적 태도를 한 번도 바꾼 적이 없으나 70이 넘은 나이에 마치 새롭게 나타난 사람처럼 각광받았다. 그가 내세운 주장의 핵심은 복지의 확충, 하층민에 대한 사회적 배려와 소득 증가를 통한 부의 재분배이다. 분수효과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그 취지가 동일하다 할 수 있다. 그와의 치열한 경선 끝에 민주당의 후보가 된 힐러리 클린턴은 샌더스의 주장을 거의 대부분 수용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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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이제 트리클다운을 버리고 폰테인 효과(fountain effect-분수효과)를 지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트럼프와 힐러리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고 이대로 간다면 힐러리 정부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신자유주의의 첨병 역할을 했던 미국이 다시금 복지와 부의 재분배로 방향을 틀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거의 유사하지만 기초체력이 훨씬 떨어지기 때문에 더 심각한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 우리나라의 경제, 뇌관에 불이 붙기 전에 시원한 분수를 작동시키는 것은 어떨지 생각해 본다.
참고자료: 경제상식사전(길벗, 2016발행), 경제기사 궁금증 300(동아일보사, 2013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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