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제신문 이성관 기자] 지난 2012년 대선에 ‘사람이 먼저다’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던 문재인 후보는 이번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포괄적 슬로건 없이 경제정책에 집중한 모습이다. 문후보가 내놓은 주요 정책공약 10개 중에 안보, 권력기관개혁, 안전 정책을 제외한 7개 공약이 경제공약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만큼 경제에 대한 위기의식이 뚜렷하다고 볼 수 있다. 문후보의 정책은 일자리 마련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공약인 ‘공공일자리 81만개 마련’, ‘도시재생 뉴딜정책’에 대해 살펴본다.
![]() |
▲ 도시재생 뉴딜정책을 발표하고 있는 문재인 후보(사진제공: 더불어민주당) |
☉ 일자리 정책-공공부문 81만개 일자리 마련
문재인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일자리 문제에 특히 집중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전면에 내세운 공약은 공공부문에서 81만개의 일자리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공약은 시대흐름에 역행하는 공약이라는 지적을 피해갈 수 없다. 문재인 후보는 토론회에서 ‘왜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는가’하는 질문에 ‘국민 소득을 높이고, 민간기업이 일자리를 늘리게 하기 위해 공공이 솔선하는 모습을 보이는 차원’이라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그러나 이 답변은 현재의 일자리 문제를 너무 근시안 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게 한다.
공공부문 일자리를 마련하는 재원은 세금일 수밖에 없다. 공기업 등의 재원도 활용한다고 하지만 그마저도 국민들의 세금으로 운영한다는 것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여기서 소요되는 추가되는 세금은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한 설명은 부족하다. 기본적으로 부자증세를 통해 마련하겠다고 공약하고 있는데, 이는 사회적 합의과정이 무척 지난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문제의식의 후진성이다. 우리 사회에서 구직자들이 공무원에 몰리는 이유는 유독 투철한 사명감을 가지고 사회봉사의식이 뛰어난 사람들이 많아서가 아니다. 구직자들이 공무원을 선택하는 이유는 공무원 자체가 좋아서가 아니라 다른 안정적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무원 채용을 더 늘리고 공공근로 인원을 더 늘리는 것이 대안이 될 것이라는 아이디어 자체가 일차원적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공무원 수는 5년 동안 25,455명 늘어 2% 대 증가율을 보였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에서는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린다는 명목으로 2012년 이후 3년 만에 31,910명을 늘렸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는 공무원 수를 그 이후에도 계속 늘려왔고, 4년간 8만여 명의 공무원을 신규 채용했다. 또 공공근로의 예산도 매년 크게 늘어 복지예산의 상당 부분을 공공근로 예산으로 썼다. 물론 그 예산이 박근혜정부의 경제정책이 완전히 몰락하는 것을 막아준 측면은 있지만 그것이 미래사회의 지속적인 대안이 될 수는 없다. 문후보는 81만개의 일자리 중 17만개를 공무원 채용으로 마련하겠다고 했는데, 8~9만이 17만으로 늘어난다고 크게 달라지는 것이 있을지 의문이다.
공공일자리를 늘려 당장의 소득을 창출하는 것이 필요 없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주요 정책으로 삼고 대표 공약으로 내세운 인식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그보다는 4차 산업시대에 맞는 R&D투자와 창의적 인재 지원, 실패하면 재도전의 기회가 없는 중소기업의 산업구조 개선, 잘못된 노동 개혁으로 인한 고용불안정성 완화 등의 근본적인 해결책에 대해 국가의 역량을 집중할 때가 아닐까?
☉ 도시재생 뉴딜정책
도시재생이란 말의 개념은 낙후된 도시를 재건축하여 ‘깔끔하고 예쁜 도시’로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다. 그런 방식의 접근은 뉴타운 사업에서 이미 수차례 경험했다. 문후보는 이번 공약에 있는 도시재생이 기존의 뉴타운 사업과 전혀 다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면서도 낙후된 곳을 깔끔하고 예쁘게 만드는 재건축에는 동의하는 것으로 보인다.
도시재생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도시를 재건하고 점차 규모를 확대해 가면서 생겨난 개념이다. 도시재생의 가장 핵심적인 포인트는 원래 살고 있던 주민들에 대한 주거권 확보이다. 뉴타운 사업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당사자들은 그 낙후된 지역의 건물에 세 들어 살고 있던 주민들이었다. 집주인에게 재건축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해주어 정비사업을 벌이면 그 지역의 땅값은 올라간다. 마을 벽에 벽화만 그려 놓아도 그렇다. 그렇게 되면 그곳에 살고 있던 세입자들은 좀 더 비싼 임대료를 내야하고, 그럴 수 없으면 그 곳을 떠나야 한다.
문후보의 공약에서도 이러한 문제에 대해 고민했다. 위와 같은 젠트리피케이션 상황에 대한 대비책이 분명하게 있다. 그러나 단기적인 규제로 해결하려는 태도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임대료 상승을 영원히 막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사람들은 20세기 내내 권리금이라는 것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2010여년까지 법에서 만큼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리고 현재까지도 적게는 수백, 많게는 수억 원의 권리금을 주고 들어간 가게자리를 재건축 핑계로 3개월 만에 빼달라고 해도 우리 법은 건물주의 손을 들어준다. 2014년 처음으로 권리금이 법의 쟁점이 된 상가임대차 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된 이후 관련법은 여전히 수정과정을 거치며 계류 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단지 낙후되어 보기 좋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혹은 생활이 불편해 보인다는 이유로 재건축을 정부에서 주도하는 것은 보여주기식 행정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문후보의 도시재생 뉴딜정책은 단순히 낡은 건물은 안 좋고 새 건물은 좋다는 식의 접근이 아니라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좀 더 세심히 파악하는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이번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야심작으로 선보인 ‘정책쇼핑몰’에서 뉴딜정책을 설명하며 낡은 건물을 ‘흉물스럽다’, 혹은 ‘짐만 된다’ 라고 표현한 바 있다. 이러한 시선은 반드시 시정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흉물스러운 곳에서 살고 있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정책의 취지를 대중에게 정확히 이해시킬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 총평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과 뉴딜정책으로 창출되는 일자리 등은 모두 과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2012년 문재인 후보는 정책검증을 꼼꼼히 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실현이 가능한 정책만 가지고 오라고 말할 만큼 현실적이고 구체적이었다. 그러나 문후보는 그때의 기억을 실패로 규정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일견 현실적이고 획기적으로 보이는 두 경제정책은 미래를 준비하기에 부족한 면이 많고, 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빈 박처럼 느껴진다. 이번 대선을 준비하면서 문재인 후보가 경제공약만큼은 지난 대선의 공약(公約)을 버리고 공약(空約)으로 채운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 기업경제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