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⑤] 대선경제공약 ‘모두까기’

칼럼 / 이성관 / 2017-04-30 16:3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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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상정 후보


[기업경제신문 이성관 기자] 오랫동안 정치적 소수자임에도 진보의 길을 꾸준히 걸어온 심상정 후보. 심후보를 지지하는 정도가 우리 사회 진보의 정도를 가늠하는 기준으로 느껴질 만큼 상징적인 인물이다. 심후보의 경제정책 역시 타후보의 경제공약과 확실히 차별성을 보인다. 모든 주요공약에 이행 방향과 수치가 구체화되어 있다. 그래서 그 공약이 지켜지면 세상이 어떻게 변하게 될지 짐작할 수 있게 된다.



▲ 유세현장에서 청년의 눈물을 닦아주는 심상정 후보(사진제공: 정의당)


☉ 조세개혁과 재벌개혁 등 정의로운 경제



진보정당의 집권을 가장 어렵게 하는 것은 '급진적 변화'이다. 지금까지 익숙하게 흘러왔던 패턴과 관습적인 편법 등에 전혀 타협이 없을 듯한 강경한 태도에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가지게 되는 면이 있다. 서민들의 고충을 가장 정확히 대변하지만 정작 그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은 이러한 딱딱한 이미지 때문인 경우가 많다.



심상정 후보가 내놓은 10대 공약집에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공약들이 아주 많다. 그러나 진입장벽이 높다. 읽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하는 공약은 국민전체에게 공개된다. 정의당의 정책을 연구하거나 읽고 칼럼을 쓰는 기자들만 보는 것이 아니다. 문재인 후보는 이러한 면을 고려해 쇼핑몰 컨셉의 정책 소개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노력을 하고 있고, 선관위 제출 10대 공약도 간단히 정리했다. 안철수 후보와 유승민 후보의 공약집은 읽는 사람이 포인트를 한 번에 알 수 있도록 박스처리를 하거나 요약형태의 글을 보여주면서 전반적인 이해를 돕는다. 그러나 심후보의 공약집은 유독 글씨가 촘촘하다. 공약을 더 못써서 안달이 난 것처럼 매 공약마다 빼곡하게 글을 썼다. 마치 “이 공약집은 55세 이상 노인들이나 정치에 관심이 없는 얼치기들은 보지 말라”는 경고 문구처럼 느껴진다. 내용이 좋다고 모든 게 다 좋다면 세상에 좋지 않은 컨텐츠는 아무 것도 없다. 10대 공약집을 공개하는 취지를 오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려가 생긴다. 확실한 것은 누구 보라고 내놓았다고 보이진 않는다. 이만큼 많은 공약이 있다는 것을 자랑하고 싶었던 것일까?



요약하면 “형식적인 아쉬움이 크다”라는 것이다. 진보 정당은 서민들을 위하여 열심히 일하는 우리를 어째서 지지해주지 않는가 하는 토로를 해왔으나 그에 앞서 어떻게 하면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공약집이다.



하지만 바꾸어 말하면 내용은 정말 충실하다고 할 수 있다. 사회복지세를 신설하는 것이 주목할만 하고 법인세 인상에 대한 구체적 청사진이 있다. 소득세율 누진적용과 부동산보유세 인상, 종부세 인상 등 우리 사회에 필요하지만 유력주자들이 마음에는 있어도 선뜻 꺼낼 수 없는 공약들을 속시원하게 언급했다. 그러나 이것은 당선 가능성과 관련이 깊다. 한표가 아쉬운 유력주자들은 어느 한 집단의 이익에 직접 관련되는 공약은 할 수가 없다. 소득이 높은 집단에게 세금을 많이 부과하는 것은 세금제도의 상식과도 같은 것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가 않다. 따라서 소득이 높은 사람들은 정의당 공약을 보면 고개를 돌리게 된다. 부동산관련세금도 마찬가지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부과하자 온 국민이 세금인상의 공포에 떨었다. 실제로 그 세금을 내야하는 것은 전체에 10%내외 밖에 되지 않는다는 팩트에도 불구하고 집한 채가 전 재산인 사람들에게는 충격과 공포로 다가온 것이다. 따라서 유력후보들은 증세에 대해서는 조심할 수밖에 없고, 심후보는 시원하게 말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 고용안정과 차별 없는 사회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오랜 역사를 가진 진보의 아젠다이다. 이번 대선의 가장 특징적인 경제공약이 고용안정과 차별 없는 고용이다. 홍준표 후보를 제외한 모든 후보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사회적 차별이라는 측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비정규직은 고용안정을 훼손하는 요인으로 뽑고 있으며, 이러한 차별과 고용불안정을 해소하는 것을 경제 정책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그동안 ‘교과서적으로는 옳다고 여기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이라는 태도를 취했던 중도보수의 주자들도 이 분야만큼은 심상정 후보의 공약과 비슷하다. 이것이 역설적으로 진보정당의 특수성을 약화시키는 면이 없지 않다는 것이 정의당과 심후보의 고민일 것으로 보인다.



☉ 기타



여성 일자리에 대한 고민과 농어민에 관한 공약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 중에 하나이며, 매우 중요한 이슈이다. 슈퍼우먼 방지법으로 경력단절 여성을 축소하고, 육아휴직 급여를 현실화 하는 등 오랫동안 이 문제들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을 해온 디테일이 보인다는 점에서 흠잡을 데 없는 공약들이다. 18대 대선 때처럼 정책 세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 말은 심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는 현실을 감안한 것이다. 유력 후보들이 정의당의 정책을 제대로 연구하고 카피하여 다음 시대의 아젠다로 삼길 기대해 본다.



☉ 총평



다른 후보들과는 달리 공약에 대해 흠잡기는 어렵다. 그러나 접근성이 부족하고, 국민 모두가 공감하기에는 여전히 급진적이다. 좋은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집권하여 실현시키는 일은 보다 치밀한 계산과 강약조절이 필요하다. 언제까지 정책 세일을 하는 소수의 위치에 있을 수 없다는 현실적인 유연성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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