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희의 커피이야기 #1] 커피와 초콜릿

문화 / 송진희 기자 / 2019-05-10 22:5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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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나 음료에서 서로의 맛을 더 살려주고 부족한 향을 보충해 주는 음식 궁합, 와인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결혼, 결합 등을 의미하는 ‘마리아주’라는 단어로 사용한다.  그렇다면 커피의 결혼 상대로는 뭐가 있을까? 사실 커피는 케이크, 아이스크림, 도넛, 와플, 떡과 한과 등 수많은 디저트와 잘 어울린다. 하지만 최고의 결혼 상대는 초콜릿이 아닐까 생각한다.  

 

신들의 나무라는 뜻의 코코아로 만드는 초콜릿, 그리고 악마처럼 검고 지옥처럼 뜨겁지만 매혹적인 음료 커피.  신과 악마의 만남, 그보다 더 매력적인 결혼이 있을까?

 

 

최초의 블렌딩 커피인 모카자바는 초콜릿의 향미가 강한 모카 생두와 적당한 산미와 부드러운 바디감의 인도네시아 자바 생두가 어우러져 독특한 향과 맛을 내어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또, 카페 메뉴에서 빠지지 않는 에스프레소와 초콜릿시럽, 스팀 우유를 함께 섞은 카페모카는 커피 와 초콜릿이 환상적으로 융합된 매력적인 음료다.  

 

비체린은 에스프레소와 다크 초콜릿, 그리고 우유 거품으로 층을 내어 만드는 이탈리아 전통 음료이다. 먼저 녹인 초콜릿을 컵에 붓고 우유 거품을 따른다. 

 

그 위에 에스프레소를 가는 줄기로 조심스럽게 따르면 밑에서부터 초콜릿-에스프레소-우유 순으로 층이 생긴다. 이렇게 만든 것을 절대 섞지 않고 마셔야 진정한 비체린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처음에는 우유 거품의 부드러움과 에스프레소의 진한 쓴맛을 음미하고 마지막으로 다크 초콜릿의 풍부한 단맛을 즐길 수 있다. 

 

같은듯 다른 커피와 초콜릿. 이 둘은 색이 비슷하고 둘 다 카페인을 함유하고 있다. 이 외에도 둘의 공통점이 아주 많은데, 우리가 커피와 초콜릿을 먹을 때 한번쯤 생각해봄직 한 내용들이다.

 

우선, 커피와 초콜릿의 생육환경이 비슷하다보니 지구의 기후변화 탓에 점차 생산량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고,  최악의 경우 먹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지구 온난화가 각종 병충해를 유발하고 이로인해 생산량 저하로 이어진다는 것인데, 지난해 미국에서는 2050년까지 남아메리카의 커피 재배 면적이 88% 감소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초콜릿도 기온 상승과 농업용수 부족으로 수유 증가분을 생량이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른 한 가지 중요한하게 생각해 볼 점은 다이아몬드, 초콜릿, 커피 가 오늘날 아프리카 대륙을 그토록 황폐하게 만든 자원이 아닌가 싶다는 것이다.

 

이 세가지 자원은 아프리카 원주민 자신들의 힘이 아니라 그들을 식민지로 삼았던 프랑스나 스페인에 의해 개발되고, 원주민들은 제국주의의 값싼 노동력으로 동원되거나 노예로 팔렸던 아픈 역사가 있다.

 

더우기 이들은 아이들의 손이 부드럽고 섬세하다는 이유로 다이아몬드를 세공하는 데  어린 아이의 노동력을 착취했고,  손이 많이 가는 카카오와 커피 수확에도 값싼 어린이의 노동을 빌리도 했다.  

 

모든 수익은 그들을 식민지로 지배하는 나라들이 차지하고 정작 원주민들의 생산 활동에 따른 합당한 보상은 받지 못하고 가난한 삶을 이어가야 했다.  그래서 붙은 이름이 블러드 다이아몬드, 블러드 커피, 블러드 초콜릿이다.

 

 

커피와 초콜릿 생산자들이 받는 수익은 최종가격의 3%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생산에 필요한 혹독한 노동량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값으로, 생산지 국가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초콜릿과 커피는 공정무역이 필요한 품목 리스트의 상단을 함께 장식하고 있다.

 

우리가 사랑하는 이 먹거리들, 맛이 주는 즐거움 뒤에는 이런 씁쓸한 현실도 있다. 지구온난화나 공정무역에 관심을 갖고 일상에서 작은 노력을 이어가는 것만으로도 커피와 초콜릿의 미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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