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트 인 메타버스’展 최성록 작가

문화 / 김주현 / 2022-03-04 16: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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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때부터 새로운 형태의 미술에 관심이 많았어요. 다양한 분야에 흥미를 가졌고, 그만큼 다양한 시도를 했죠. 시도하고, 실패하고, 수정해서 다시 시도하고…. 예술이라기 보단 차라리 연구에 가까운 작업이었죠.”

 

최성록(43) 작가의 말에는 그가 추구해 온 실험정신이 듬뿍 담겨있다. 학‧석사를 거치며 회화와 순수미술을 전공한 정통파지만, 이후 그가 걸어온 길은 오히려 비포장도로에 가깝다. 졸업작품은 기계 이미지와 게임을 주제로 했고, 첫 개인전 때는 뚝딱뚝딱 로봇까지 만들어 냈다. 여러 과학자들과의 협업 프로젝트를 즐겼던 최 작가의 이력 역시 그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는 행보다. 이를 통해 끝내 도달한 곳은 전혀 새로운 세상이다. 과학 분야 안에서 보여지는 시각적 현상, 즉 ‘가상공간’이다. 바로 그 무대에서 전혀 새로운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게 미디어 아티스트 최성록의 예술 혹은 연구다.

 

▲최성록 작가(사진=작가 제공)

| 평면을 탈출한 화가, 다면의 공간을 휘젓다

최성록 작가가 새로운 ‘그릇’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건 군 전역 후 휴학 무렵이었다. 재학시절부터 “회화의 무게감에 짓눌리며 학교생활과 멀어졌다”던 그에겐 새로운 기회가 필요했다. 다양한 관심과 시도, 그리고 경험은 그 기회를 움켜쥐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다큐멘터리 촬영 현장을 쫓아다니면서 영상을 접하고, 무대디자인을 거들며 다양한 설치미술도 경험했다. 최 작가는 “회화를 전공하는 학생이었지만, 평면회화를 벗어난 새로운 형태의 미술에 관심이 더 많았다”면서 “휴학 시절 여기저기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니 회화가 더 재미없어지더라”고 회상했다. 

 

평면을 초월한 세상을 하나둘 경험하던 최 작가가 다다른 곳에는 과학이 있었다. 연구를 통해 이론들을 구조화하는 과학자들의 작업이 흥미롭게 다가왔고, 이 과정을 예술의 창작행위로 연결시키며 이야기를 시각화하는 것에 매료됐다. 그의 독자적인 예술관은 첫 개인전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최 작가가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이라고 강조하는 ‘The Rocver Project-The First Landing’.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화성탐사로봇 ‘로버(ROVER)’를 오마주하여 작가의 환타지를 표현한 가상의 공간 탐색 로봇 프로젝트였다.

 

“말 그대로 ‘로봇’을 만드는 작업이었어요. 따로 학원도 다니고, 전공 친구들 도움도 얻었지만 쉽지만은 않았죠. 다소 무모하고 비논리적인 방식으로 제작한 로봇이었으니까요. 전시 첫날부터 기계 결함에 프로그램 에러까지 난리가 났었죠.(웃음) 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하게 만든 작품이지만 의미는 컸습니다. 지금의 예술관을 만들어내는 시작점이었으니까요.”

 

▲[The Rocver Project : First landing 2006-2007](사진=작가 제공)

첫 개인전 이후 최 작가는 과학과 예술을 넘나드는 행보를 이어왔다. 이 과정에서 과학의 영역에서 다뤄지는 시각적 현상과 그 속에서 연속되는 사건이 갖는 이야기의 힘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가상공간과 서사’라는 키워드가 아로새겨진 것이다. 최 작가는 “시대가 진화하면서 디지털의 영역이 확장되고, 현실과 가상세계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과정을 지켜보며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풍경과 이야기에 흠뻑 빠졌다”고 설명했다. 그가 자신의 정체성을 ‘디지털 애니메이션 작가’라고 소개하는 것도 VR, AR, 고화질 애니메이션 렌더링, 시뮬레이션 등을 통한 가상의 디지털 이미지와 서사를 연결하는 디지털 애니메이션의 방식이 자신의 예술관과 정확히 맞닿아있기 때문이다. 

 

| <아트 인 메타버스>에 펼쳐진 가상공간 속 스토리텔링

컴퓨팅 기술과 이미지 재현기술의 발전이 이뤄낸 인간의 시각 확장, 그리고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서사의 경험. 최성록 작가가 추구하는 작품 세계를 온전히 들여다볼 수 있는 무대가 바로 지난달 21일부터 성수동 ‘언더스탠드에비뉴’에서 열리고 있는 <아트 인 메타버스> 전시다. 

 

최성록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두 점의 작품을 선뵈고 있다. ‘Genesis Canyon’이란 작품은 3D 자연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사용한 3D애니메이션으로, 자연현상을 가상의 3D공간 안에 연출한 원시적 자연 환타지 애니메이션 작품이다. 창조설화를 연상케 하는 웅장함과 생명체 고유의 표현과 움직임을 부여한 역동성이 특징. ‘모든 감각이 시작되는 계곡’이라는 부제답게, 일상에서는 접할 수 없던 감각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기획됐다.

 

“신화적인 이야기를 동시대의 디지털 버전으로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전기, 불, 바람, 물 같이 세상을 이루고 있는 여러 가지 요소들을 디지털적으로 표현해 본 거죠. 기존의 디지털 공간 안의 풍경은 현실의 공간을 거울처럼 반영하지만, 제 작품은 가상공간 안에 독립적인 하나의 세계를 구현한 것입니다.”

 

▲Genesis Canyon, Digital Animation Media Facade. 5:30, sound 2021, Commissioned by Asia Culture Center 작품(사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두 번째 작품인 ‘Great Chain of Being’은 세상의 구조와 그 안을 구성하는 요소들의 관계와 순환에 대한 이야기를 펼치는 2D애니메이션 작품이다. ‘존재의 대사슬’(Great Chain of Being)이란 제목에서 느껴지듯, 세상을 이루고 있는 구조와 관계를 일종의 계층적 혹은 위계질서의 개념으로 선명하게 표현한다. 과거 철학자들이 세상의 위계질서를 맨 위의 신, 그 아래의 천사, 사람, 동물, 식물 원소들로 규정했다면, 이 작품 속에선 시대상을 투영해 이를 로봇, 기계, 인간, 동물 그리고 디지털적 존재들로 표현하며, 그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하나의 공장 같은 시스템적 풍경으로 나타낸다.

 

최 작가는 “과거 철학자들이 분석한 세상에 동시대의 디지털적인 문화를 투영하고, 여러 가지 풍경들도 도입해서 표현하려고 했다”면서 “창조와 소멸이라는 과정이 현재 혹은 미래에 어떻게 정의되는지, 가상공간 안의 시스템을 상상하면서 전개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Great Chain of Being, 2D animation, 9:50, color, sound, 2019(사진=작가 제공)

 

| 메타버스는 무한한 영토 확장…전혀 다른 층위의 경험 기대

가상공간의 이야기를 탐구하는 최성록 작가의 활동 무대는 가상 기술의 발전 속도와 정비례하며 확장되고 있다. 지난 2004년부터 지금까지 30회가 넘는 개인‧단체 전시에 참가하는 등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쳐왔고, ‘피츠버그 아트센터 개인전 기획공모 당선’(2010)을 시작으로 ‘The 8th AHL Foundation 시각예술공모전 대상’(2011), ‘SeMA 신진미술인지원선정’(2015), ‘제2회 VH Award 우수상’(2016), ‘서울로미디어캔버스 기획공모개인전선정’(2018) 등 다채로운 수상경력을 일궈왔다. 홍익대, 세종대, 성신여대 등을 거치며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자신의 대표작 [Scroll Down Journey, 2015]를 관람하고 있는 최성록 작가(사진=작가 제공)

최성록 작가의 작품 세계는 최근 ‘핫’해진 ‘메타버스’와 만나 더욱 확장될 전망이다. 최 작가는 “메타버스는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NFT 등과 연결되면서 그 성질과 영역을 더욱 넓혀가고 있다”면서 “예술을 창작하는 작가나 이를 관람하는 관객 모두, 메타버스 안에서 또 다른 층위의 세상을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아트 인 메타버스’ 전시를 기획한 아츠클라우드가 단순히 전시플랫폼 이상의 존재감을 뽐내주길 기대하는 것도 이런 시대적 배경에 기인한다. 예전처럼 전시장이나 미술관에서만 향유하기에는 디지털 아트의 변화무쌍함과 확장성이 너무 역동적이기 때문. 작가들의 작업 과정과 결과, 그리고 대중과의 연결고리까지 아우르는 플랫폼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대라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동시대를 사는 우리의 시각적인 경험은 대부분 디지털 스크린을 통해 이뤄져요.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그 영향력은 나날이 확장될 겁니다. 제 역할은 그런 영향을 작가의 입장에서 상상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겠죠. 제 탐구생활은 앞으로도 계속 될 거예요. 이를 통해 우리 모두가 보다 가치있고, 흥미로운 경험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본 콘텐츠는 '더퍼스트미디어'와의 파트너십으로 제공되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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