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5일) 한국은행(이하 ‘한은’)의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시까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 수준(1.25%)에서 유지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하였다.
한편, 금통위 회의가 있기 몇 시간 전(현지시간 14일)에는 美연방준비제도이사회(이하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이 있었다. 이에 미국의 기준금리가 0.25% 상승했고, 내년에 세 차례의 금리인상이 더 있을 것이라고 예고하였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0.5%~0.75이고, 내년 세 차례의 인상을 거치면 1.5%까지 상승한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보다 높은 수준이 된다. 따라서 외환유출을 막으려면 우리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에 맞추어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가계부채가 1500조이상이고 국가부채도 600조에 달하기 때문에 섣불리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국내경제전체가 와해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있다. 이번 한은의 금리동결 결정은 이러한 견해를 받아들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맞물려 수출 위주의 국내 경제체제는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또한, 부동산에 자금이 편중되어 있고, 국민들의 소득수준 또한 답보상태가 수년간 이어져 왔으며, 경제활동이 가장 많아야 하는 20~30대의 취업률이 사상최악을 계속적으로 갱신하면서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되어 있다. 그간 한은이 금리인하와 동결을 거듭하면서 기대한 경기활성화는 부동산 분야에서 미동만을 야기했을 뿐 뚜렷한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여기에 출산율 저하와 인구 고령화로 인해 소비심리는 더 얼어붙고 ‘인구절벽’이라는 표어 아래 내수경제자체의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
이번에 금리조정은 없었지만, 향후 금리인상이 있을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미국의 금리가 인상될 것이고 그로인한 후폭풍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지 못한 경제전문가는 없다. 다만 그 시기에 대한 논쟁이 있을 뿐이었고, 그간의 경제정책을 결정해 온 정부 관료와 한은의 결정은 늘 "아직은 걱정할 수준이 아니다." 라는 보수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안정된 일자리를 제공하여 소득을 늘리고 복지정책에 힘을 주어 가계를 안정화시키는 방식, 다시 말해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를 조금이라도 개선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이제는 놓쳐버린 것일까? 이제는 금리인상을 통해 외환보유규모를 유지할 수도, 가계부채를 감안해 금리를 인하할 수도, 그렇다고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도 없는 사면초가의 상황이 된 것은 아닐까?
한은의 기준금리동결 결정은 현 국내 정세의 혼란에 가려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경제흐름을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커다란 위기의 서막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이번 상승분까지 포함하여 미국 기준금리가 1% 상승하게 되는 내년에는 우리 기준금리도 그에 따라 1.5%가량 상승해야 외환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그렇다면 70%이상이 변동금리의 적용을 받는 가계부채의 이자납부액이 1년 사이에 두 배 이상 상승하는 것이다. 여기에 원금상환 시기까지 겹치게 되면 버텨낼 수 있는 가계가 얼마나 될까?
위기는 서서히 다가오고 있고, 그것을 보고도 아무런 조치를 할 수 없는 현재의 경제상태는 외통수에 걸린 장기판과 같다. 과연 지금의 경제정책을 마련하는 관료들이 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낼 수 있을 지 크게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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