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 사건' 결국 미궁속으로?

정치 / 송진희 기자 / 2019-05-21 16:2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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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위 발표, 조사단 의견과 달라

‘장자연 사건’ 재조사 결과 발표를 놓고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위원장 김갑배)와 진상조사단(단장 김영희)이 정면 충돌했다. 진상조사단의 다수의견을 과거사위원회가 묵살하고 정반대 결과를 발표했다는 것이다.

‘장자연 사건’의 재조사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조사실무를 맡았던 조사단과 그 상위기구인 과거사위가 발표내용을 놓고 충돌양상을 보이면서 10년째 계속되는 진실공방은 부실조사 논란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20일,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는 13개월 동안 진행된 장자연 사건 재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장씨의 주장은 대부분 신빙성이 인정되지만 범죄의 증거나 가해자가 특정되지 않아서 수사를 권고할 사항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특히, 속칭 '장자연 리스트'를 비롯해 장씨가 남긴 유서 등이 남아있지 않고 관련자들의 진술이 엇갈리는 점도 수사권고를 하지 못한 이유로 들었다. 이에 따라 과거사위는 여러 쟁점 가운데 장씨의 매니저가 이종걸 의원의 명예훼손 사건 재판에서 위증을 한 것에 대해서만 수사하라고 권고했다.

반면  진상조사단은 ‘가해자가 특정되는 부분도 있고, 가해행위가 있었다는 근거도 있다’며 과거사위 주장과는 상반되는 입장이다. 특히 "성폭행 부분이 수사로 넘어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 대검찰청도 어느 정도 뒤에서 조장하거나 봐준 게 있지 않나" 라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역시 진상조사단 소속인 조기영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C라디오에 출연해 "조사단의 조사 방식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수사 기관이 조사를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다수 의견이었고, 성범죄의 경우는 피해자 진술 하나만 가지고 기소하는 경우도 있다"며 증거가 없어 수사를 권고하지 못했다는 과거사위 주장을 반박했다.

과거사위와 조사단이 정면 충돌을 벌이면서 남아 있는 재조사 사건들을 두고서도 견해차가 드러날 가능성은 물론 재조사의 정당성을 두고서도 논란이 제기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각 정당의 브리핑과 기자회견도 줄을 이었다. 

▲ 본사취재=정론관에서 기자회견중인 민중당

21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민중당은 기자회견을 열고 장자연 사건 재조사와 관련해 "결과는 참담하다. 전형적인 용두사미 결과로 국민들의 물음에 초라한 결과를 내놓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사위 활동 마감으로 장자연 사건이 끝나서는 안 된다"며 검찰이 직접 수사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민중당은 "과거사위가 지난 기간 2009년 경찰 수사에 대해 주요 증거가 누락돼 확인이 불가능하고, 조선일보의 외압 정황이 있었으며, 압수수색도 불충분했다고 밝혔다"며 "그러나 이와 같은 총체적 부실수사에도 재수사를 권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부실수사였지만 과거의 수사로 인해 증거를 확인할 수 없으므로 수사할 수 없다는 말은 결국 부실수사에 손을 들어주는 일밖에 되지 않는다"며 "이를 보고 어떤 국민이 제대로 된 조사, 제대로 된 결정이었다고 고개를 끄덕이겠는가"라고 의문을 드러냈다. 이어 "진상조사단의 구성원들조차 과거사위의 결정에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는 현 상황에 과거사위원회가 장자연 씨 사건을 의혹으로 종결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중당은 "과거사위원회 활동 마감으로 장자연 씨 사건이 끝나서는 안 된다"며 "증거가 부족하다면 검찰이 직접 나서 은폐된 증거, 주요 피의자들, 그리고 외압 정황이 있는 조선일보를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중당은 "검찰이 스스로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특검 도입까지 나가야 한다"며 "특권층 범죄와 성폭력 수사에 '검경의 명운이 달렸다'던 정부 역시 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 본사취재=정론관에서 기자회견중인 민주당 이재정 대변인
민주당 이재정대변인은 21일 오전 현안브리핑에서 "어제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故장자연 씨 사건 당시 검경의 부실수사와 조선일보 외압을 사실로 인정하면서도, 리스트를 비롯한 핵심 의혹들에 대해서는 수사권고가 어렵다고 결론지었다."며 유감을 표했다. 

또한 "검찰 과거사위의 결론은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한 진상조사단의 다수의견과는 한참 동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다수의 민간 조사단원이 ‘리스트가 존재한다’고 판단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사위는 소수의견을 채택해 진상규명 불가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공소시효가 유효한 약물에 의한 성폭행 의혹 재수사 역시 다수가 의견을 모았음에도 증거부족의 이유로 묵살되었다"고 토로했다.

이어서 "오히려 검찰 과거사위의 결정이 사건 축소은폐의 또 다른 한축이 되고 있다. 이렇게 검찰은 또 다시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었다. 그러나 결코 국민으로부터 면죄 받지 못할 것이다. 공수처 도입과 검찰개혁의 국민여론이 날로 거세지고 있다. 검찰은 국민신뢰를 회복할 기회를 연이어 놓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은 사건의 진실규명과 故장자연 씨의 명예회복을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해 노력할 것이다. 아울러 공수처의 도입 등 검찰개혁을 완수해 검찰의 과오가 검찰에 의해 은폐되는 현실을 반드시 바꿔낼 것"이라고 밝혔다.
▲ 본사취재=정론관에서 기자회견중인 정의당 최석 대변인
정의당 최석 대변인 역시 현안 브리핑에서  "언론권력과 손발을 맞춘 검경이 초기 부실수사로 장자연 사건을 은폐하는데 일조하더니, 십년만의 재조사에서조차 끝내 장자연 사건을 묻어버린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검경 또한 10년의 세월동안 장자연 사건에 대한 증거가 증발되기만을 기다려온 공범은 아니었던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참담한 심정을 표했다.

최 대변인은 "어제 최종발표로 확인된 흔들리지 않는 사실은 조선일보라는 언론권력이 전방위적으로 나서서 장자연 사건의 조사를 막았다는 사실이다.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과 방정오 전 티비조선 대표 등이 장씨와 술자리에 동석한 사실도 확인됐다. 사건 관련자들과 정황이 명백하기에, 의지만 있으면 그 이상의 진실을 밝혀낼 수 있다. 당시 조선일보 경영기획실장으로 장자연 사건 대책반을 꾸려 가동한 강효상 실장은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 되었다. 권력 비리 은폐에 두 발 벗고 나선  형상이다"라며 비판했다.

이어 "정의당은 장자연씨의 진실이 묻히지 않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법이 정의를 담아내지 못하고 언론권력 앞에서 법이 무너지고 마느냐는 국민 대 국가의 신뢰 문제"라며 말을 맺었다.

국민은 최근에 불거진 성매매에 관련한 버닝썬, 김학의와 같은 일련의 사건들과 마찬가지로 권력 앞에서 작아지는 검찰의 실상을 여지없이 확인했다.  말로만 떠드는 검,경 개혁이 아니라 나라의 실제 주인인 국민의 편에 서서 진실을 제대로 규명하는 진정한 수사권 개혁이 이루어지길 국민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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