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오랜 시간동안 인간 사회와 함께해 온 기호 식품이면서 건강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음료다. 거의 모든 나라 사람이 애용하기 때문에 석유 다음으로 국제 교역량이 많고, 현대인에게 커피는 생활의 일부라 할 정도로 자주 찾는 음료가 되었다.
그만큼 커피와 질병과의 관계도 다양하게 연구되어 특정 질병을 예방하거나 발생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알려졌다. 널리 알려진 대로 커피는 풍부한 '항산화 물질'을 가지고 있어 활성산소가 우리 몸을 손상시켜 여러가지 만성 질환과 노화를 일으키는 것을 방지한다.
나아가 여러 연구에서 전립선암, 간암, 대장암과 피부암의 위험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커피의 주성분인 카페인은 뇌를 자극해 집중력과 기억력을 증진하고, 뇌 건강을 개선해 알츠하이머 발생의 위험도 낮출 뿐 아니라, 발병 시기도 지연시킨다.
커피를 적당히 마시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제2형 당뇨병 위험도 최대 59%까지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커피에 있는 클로로겐산 성분이 장에서 포도당의 흡수를 지연하고, 운반을 억제하며, 인슐린 감수성을 증가시켜 혈당 수치를 낮추는 작용을 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커피와 함께 섭취하는 크림과 설탕은 오히려 당뇨의 위험을 높이기 때문에 커피 자체의 맛과 향을 즐기는 것이 좋다.
또 커피는 지방간의 위험성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 하루에 커피 1잔을 마시는 사람들은 간경변의 발생 빈도가 낮으며, 항산화 물질의 효과로 우울증이나 부정적인 감정으로 고생할 확률도 낮출 수 있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커피가 셀룰라이트와 죽은 피부 세포의 제거에도 효과기 있는 것이 밝혀졌다. 커피의 카페인 성분을 피부에 바르면 혈류가 개선되고 주름, 기미와 잡티 등의 발생을 늦출 수 있다. 이 때문에 화장품의 원료로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연구에서는 커피가 주는 이로움 만큼 해로움을 경고하고 있는데, 이는 근본적으로 커피의 주성분인 카페인 대사 능력이 인종마다, 혹은 사람마다 다르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고 연구를 진행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커피의 순기능을 발휘하는 카페인의 양은 특히 유전자의 형태와 관련이 높다고 밝혀졌다.
커피대사에 관여하는 유전자는 CYP1A1과 CYP1A2로, 카페인을 인지하고 분해 효소의 기능을 활성화하며 섭취한 카페인을 분해시키는 기능을 한다. 이 유전자에 변이가 있는 사람이 커피를 많이 마시면 카페인이 효과적으로 분해되지 못하고 카페인에 장시간 노출된다. 이러한 경우 카페인 섭취량이 과도하게 될 경우 쉽게 두통이나 불면 증상 등을 느낄 수 있다. 이는 음주를 했을 때, 알코올 분해 속도가 느릴수록 완전히 대사되지 못한 알코올 중간대사물질로 인해 얼굴이 빨개지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카페인을 분해하는 개인차는 카페인 대사과정에 관여하는 CYP1A2유전자의 형태에 따라 발생하게 된다. 대사 과정이 빠른 A형 (Fast Metabolizer)의 유전자형을 가진 사람은 각성효과가 있는 푸린 계열의 알칼로이드 성분을 함유한 카페인 성분을 빠르게 분해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양의 커피를 마셔도 신체의 변화를 거의 느끼지 못하고 수면장애를 유발하지 않는다. 반면 CYP1A2 유전자의 변이로 카페인 대사가 늦은 C형 (slow Metabolizer)을 가진 사람들은 커피를 많이 마실 경우 혈압이 오르고 심장 박동이 빨라지며, 심장이 불규칙하게 뛴다. 그러므로 C형의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적은 양의 연한 커피를 여러번 나누어 마셔야만 커피의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카페인은 유방암, 피부암, 간암 등 다양한 암세포를 활성화 시키는 호르몬 레벨을 조절해 암에 대한 보호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연구 발표에 따르면, CYP1A1 유전자에 변이로 상대적으로 카페인 대사가 늦은 사람들은 표준형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보다 적은 양의 커피를 자주 마시는 경우 암의 위험을 낮추는 데, 더 효과적이며, 치매의 위험 또한 줄일 수 있다고 밝혀졌다.
그러나 과도한 카페인 섭취는 고혈압이 유발될 수 있으며 심장마비의 위험 또한 증가한다. 또한 칼슘과 아연의 흡수를 저해하여 칼슘 손상을 일으키거나 골다공증 혹은 고관절 골절 발생의 위험률을 높일 수도 있다. 따라서 임산부나 성장기 아동에게는 높은 카페인 섭취가 해로울 수도 있다. 특히 청소년들 사이에 인기를 끄는 에너지 드링크는 고농도의 카페인을 함유하고 있어 아연 흡수를 방해하고 식욕을 감퇴시켜 성장발달이 지연되고, 설사, 면역력 약화, 행동장애 및 야맹증을 야기할 수도 있다.
결국 자신의 유전자형에 따라 적당량의 커피를 음용하여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한 생활에 도움이 되도록 습관을 만드는 지혜가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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