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희의 집중탐구 #9] 한국교회의 대표기관 '한기총?'

사회 / 송진희 기자 / 2019-06-28 21:2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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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막말과 극우적 정치행보가 이어지면서 교계와 사회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는 J목사. 그가 대표하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도 함께 도마 위에 올랐다. J목사가 한기총이 한국교회의 대표기관이라고 자처하면서 특히 교계 내부에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J목사는 매번 정통성과 규모를 언급하며 한국교회 대표라고 주장해왔는데, 실제 회원교단과 교회 수를 살펴보니 사실과 달랐다. 

한기총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에서 분리된 단체로, 1988년 2월, 제37차 NCCK 총회에서 발표한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기독교회 선언” 이른바 '88선언'에 반발하여 탄생했다. 이 선언은 개신교뿐만 아니라 한국사회 전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켜, 한국 기독교사 연구의 거장인 이만열 선생은 ‘88선언’에 대해 “분단 시대에 한국 기독교가 남긴 가장 중요한 문건의 하나로 한국 기독교사에 남을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개신교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보수적이었고, 특히 북한 출신 목회자들은 더욱 민감하게 반응했는데 그 중심에는 한경직(영락교회) 목사가 있었다. 1989년 1월, 보수 개신교 원로들은 한경직 목사의 거처에 모여서 NCCK를 대신하는 개신교 연합기관을 세우기로 결의했다. 그래서 1989년 4월에 창립준비위원회 총회, 12월에 창립총회를 거쳐 한기총이 생겨났다.

한기총은 이후 한국 개신교를 대표하는 연합기관으로 인정받았다. 역사와 전통에서는 NCCK(1924년 설립)에 비교될 수 없었지만, 가입교단 수와 규모 면에서 NCCK를 압도하며 성장했다. 1989년 출범 당시는 36개 교단이었던 것이 2011년 기준으로 66개 교단으로 늘어났다. 장로교, 감리교, 성결교, 침례교, 순복음 등 규모가 큰 교단이 모두 소속되어 대표성을 가지게 되었다. 사회에서, 특히 정치권에서 개신교를 대상으로 인사를 하거나 의견을 구할 때 한기총을 찾는 일이 잦았다.

한기총에 대표성이 생기자 ‘힘’을 원하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특히 한기총 대표회장 자리는 ‘빛 좋은 자리’였다. 대형교회 목사, 교단장 출신 목사들이 차례로 대표회장이 됐다. 엄신형 목사는 군소교단 출신 최초로 대표회장이 됐는데, 당선되면 10억원을 헌금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우려와 빈축을 샀다.

한기총은 대표회장이 10억원쯤 내야 유지되는 단체, 바꾸어 말하면 10억 원을 내면 대표회장 자리에 당선될 수 있는 단체였다. 언제부터인지 한기총 대표회장 선거에 ‘10당 5락’이라는 말이 돌았다. 5억 원을 쓰면 떨어지고 10억 원을 써야 당선된다는 이야기였다. 개신교 기관의 대표 선거에서 돈이 오고간다는 추악한 소문은 곧 사실로 드러났다.

한기총은 2011년 돈 선거 논란을 겪으며 무너지기 시작했다. 2003-2004년 대표회장을 맡았던 길자연 목사가 2011년 대표회장에 또다시 출마해 당선됐다. 그런데 길자연 측에서 돈을 돌렸다는 폭로가 나왔다. 한기총은 직전 대표회장인 이광선 목사측과 차기 대표회장인 길자연측으로 나뉘어 갈등을 겪었다. 그 와중에 이광선은 자신도 돈을 돌렸다고 인정했고, 전임 대표회장이었던 이만신 목사가 한기총 특별기도회 설교 중에서 엄신형, 이광선, 길자연 모두 돈을 돌렸다고 회개하라는 돌발 발언을 했다.

결국 법원의 중재로 돈 선거를 막기 위해 정관에 ‘교단순번제’를 도입하기로 했지만, 길자연이 대표회장으로 복귀한 후 없던 일이 되어버렸다. 길자연에 이어 다음 대표회장에는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소속인 홍재철 목사가 단독 출마해 당선되었다. 다른 교단들은 반발하며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었고 결국 한기총에서 떨어져나가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을 만들었다. 이후 홍재철이 이단성 있는 교단, 단체, 인물들을 영입하면서 한기총과 한교연의 통합은 더 어려워졌다.

2019년, 몰락하는 한기총의 대표회장으로 막말과 정치파벌 행위를 일삼는 J목사가 당선됐다. 한기총의 전성기 시절이라면 J목사 같은 사람이 대표회장이 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J목사의 당선 자체가 한기총의 몰락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볼 수 있다. 아니다 다를까, 그는 이단성 있는 교회, 인물을 한기총에 받아들이고 한국 개신교의 이름을 마구 갖다 쓰면서 막말과 정치파벌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

한기총은 지난 6월 5일 발표한 이른바 ‘시국선언문’에서 스스로를 “6만5천 교회 및 30만 목회자, 25만 장로, 50만 선교가족을 대표하는 한기총”이라고 표현했다. 과연 한기총은 한국 개신교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을까?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기윤실)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8년 한국의 종교현황' 등을 분석한 결과 개신교 교단은 총 374개로, 그 중 한기총 소속 교단은 67개(18%)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기윤실은 27일 기준 한기총 홈페이지상 회원교단은 79개다. 그러나 10개 교단은 행정보류 상태였고, 지난 11일에는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가 행정보류를 결정했다. 또한 기독교한국침례회는 사실상 활동중지인 상황으로, 67개로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개신교 교회 수를 살펴보면 한국에는 전체 8만3883개가 있는데, 그 중 한기총 소속은 1만7855개(21%)였다.  이에 대해 기윤실은 교회수 비율이 비교적 높은 건 교회가 난립하는 현상을 반영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기윤실은 같은 방법으로 계산할 시 전체 9만8305명 교직자 중 2850명(3%)이 한기총에 속해 있고, 신자 수는 전체 1132만750명 중 34만9471명(3%)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기윤실은 "종교 현황에 교직자 수, 신자 수가 기록되지 않은 교단이 많아 정확한 비교는 어렵다"면서도 "한기총 소속 교단이 대부분 군소교단임을 감안할 때 그 수가 획기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은 없다"고 했다.

이어 "이 자료의 목적은 한기총이 소수이기 때문에 한국 개신교를 대표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라며 "한기총이 규모를 내세우며 한국 개신교를 대표하는 것처럼 행세하기 때문에 사실 여부를 확인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기총이 한국 개신교의 대표가 아닌 진짜 이유는 그들의 주장이 신앙적이지도 않고, 상식적이지도 않기 때문이다. 최근 6개 이단 연구단체는 한기총이 이단옹호기관으로 변질되었다며 자진해서 해체하라고 촉구했다. 개신교 원로 31인도 J목사의 행태에 대해 “반성경적, 반복음적 폭거이고 신앙적 타락”이라고 비판하며 정치를 하고 싶으면 목사직을 내려놓고 하라고 권고했다.

교회는 혐오와 갈등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 화해를 북돋아야 한다. 정의를 말하고 약자의 편에 서야지, 궤변을 늘어놓으며 일개 정파를 선전해서는 안 된다. 또한 종교단체를 대표회장의 정치적 수단을 이용해서는 더더욱 안될 일이다. 한기총과 J목사의 막말과 기행은 한두번 주목을 받겠지만 결국 고립과 한기총 해체를 앞당길 것이다. 

언론은 관심을 끊을 것이고, 정치인은 발길을 끊을 것이며, 진짜 보수적인 교단들은 관계를 끊을 것이다. 그것이 노이즈 마케팅의 한계이며, 고립된 한기총의 미래는 밝지 않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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