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조합이 공사도면, 공사예정가격과 계약조건 등을 제시하고, 입찰에 참여하는 시공업체로부터 예정가격 이하의 범위에서 제안한 공사비 산출내역서와 기타 입찰제안 내용을 직접 받아 꼼꼼히 비교한 이후 시공사를 선정하는 첫 사례가 나온다.
그동안은 구체적인 산출내역서 없이 공사계약이 이뤄져 시공자가 추가 분담금을 요구해도 주민들은 분담금 증가내역을 명확히 확인할 길이 없어 주민 간 갈등, 시공자와의 분쟁이 잦았다.
또, 공사도면 및 내역이 없는 사업초기 단계인 조합설립 직후 가계약에서 제시한 사업비가 집행단계인 관리처분 직전 본 계약에서 대폭 증가해 분담금이 늘어나는 것이 빈번했지만, 조합원들이 손을 쓸 길이 없었다.
서울시는 동대문구 답십리동에 위치한 대농·신안 재건축조합이 공사도면, 공사예정가격과 계약조건 등을 미리 제시하고 현장설명에 참여한 총 8곳의 시공업체들로부터 받은 제안서를 직접 비교하고 오는 4월 20일 총회에서 주민투표를 통해 시공사를 최종 선정한다고 19일(일) 밝혔다.
<‘공공관리제’ 도입 후 처음, ‘공공관리 정비사업 공사표준계약서’ 적용 첫 사례>
이는 서울시가 공공관리제를 도입한 이래 처음이자, 지난 해 10월 조합과 시공자의 표준적인 계약내용을 예시하기 위해 제정·보급한 가이드라인인‘공공관리 정비사업 공사표준계약서’를 첫 적용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공공관리 대상인 정비사업의 시공자 선정절차는 조합이 공사도면, 공사예정가격 및 계약조건 등을 제시하면 시공자는 예정가격 이하의 범위에서 공사비 산출내역서를 작성해 입찰에 참여하게 하는 방식이다.
이 후 조합은 입찰참여자 제안 비교표를 작성해 대의원회 또는 총회 개최 전에 조합원에게 통지해 O/S를 동원한 개별홍보가 없더라도 조합원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해 주민 권익을 보호하는 것.
서울시는 그동안 공사계약이 시공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체결돼 왔다면 이제는 공사비 등 모든 정보가 미리 조합원들에게 오픈되기 때문에 공공관리제 도입 취지인 투명하고 공정한 정비사업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철거비 포함하고도 미리 시공자 선정한 조합 대비 세대당 2천1백만원 절감>
이번에 동대문구 답십리동 대농·신안 재건축조합이 제시한 예정가격은 3.3㎡당 약 3,486천원, 총959억 원이다.
예정가격을 초과해 공사비를 제시한 업체는 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
이는 공공관리제도의 적용을 피하기 위해 미리 시공자를 선정한 조합의 평균 계약단가인 4,197천원/3.3㎡과 비교할 때, 철거비를 포함하고도 30평형 기준으로 세대 당 약 2천1백만원의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다. 3.3㎡당 70만원이 절감되는 셈이다.
시공자는 조합이 제시한 예정가격 이하에서 공사비를 제안해야 하므로 낙찰률에 따라 추가의 비용절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분별한 공사비 증액 차단과 불필요한 분쟁 사라져 사업기간 단축 기대>
또한, 산출내역서에 의해 설계변경과 계약금액을 조정하게 돼 무분별한 공사비 증액 차단과 불필요한 분쟁이 사라져 사업기간 단축에 따른 금융비용 절감 등 많은 이익이 조합원에게 돌아갈 것으로 기대된다.
<공사비 3% 해당하는 계약보증금 조합에 납부...시공자 일방적 계약 파기 방지>
대농·신안 재건축조합은 공사비 산출내역서 의무 제출과 함께 ‘계약이행보증금제’를 계약 조건으로 제시했다.
‘계약이행보증금제’는 계약 체결 시 시공자가 시공보증과 별도로 총 공사비의 3%에 해당하는 계약보증금을 조합에 납부하도록 해 사업 중간에 시공자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하는 사례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예컨대 총 공사비가 1조가 든다면 시공자는 3%에 해당하는 300억의 계약보증금을 조합에 납부해야 한다.
<미분양 시 공사대금 아파트로 줄 경우 가격다운 범위 17%→3%로 조정>
또, 미분양 시 공사대금을 현물인 아파트로 대신 갚을 경우, 가격 산정에 있어서 종전 일반분양가의 17%로 가격을 내려 시공자에게 변제하던 것을 일반분양가의 3% 범위에서만 가격을 내리도록 입찰조건을 확정해 조합의 부담을 덜었다.
일반분양가가 1억이라고 가정할 경우 종전엔 8,300만원만 공사비로 환산돼 시공자에게 변제됐다면 3% 적용으로 9,700만원으로 계산돼 변제되기 때문에 조합원들이 손해를 덜 보게 된다.
이 외에도 그동안 시공자가 기성률에 관계없이 수익금이 생기면 공사비부터 우선 지급했던 기존 관행을 버리고 감리자 확인을 거쳐 기성률에 따라 공사비를 지급하는 것으로 명시했다.
사실상 시공자에게 있던 자금관리권도 조합으로 전환해 그동안 시공자에게 유리할 수 밖에 없었던 구조에서 벗어나 보다 공정하게 계약을 체결할 수 있게 됐다.
<서울시 공공관리자인 동대문구청과 공동 지원해 투명성·공정성 담보>
서울시는 그동안 대농·신안 재건축조합의 시공자 선정 절차를 공공관리자인 동대문구청과 공동으로 지원해 왔으며, 앞으로 진행될 총회에서도 투명성과 공정성을 담보한 원활한 진행이 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공공관리 미적용 조합도 계약 체결 시 표준계약서를 활용한다면 조합원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공관리 정비사업 공사표준계약서는 서울특별시 재개발·재건축 클린업 시스템(cleanup.seoul.go.kr)의 자료실에서 검색해 볼 수 있다.
이건기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시공자의 묻지마식 공사비 증액을 차단하고, 주민이 주체가 돼 정비사업이 진행되도록 할 것”이라며 “뉴타운 출구전략과 관련해서도 주민의 사업추진 의지가 강한 지역은 공공의 역할을 더욱 확대해 사업이 빨리 진행 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 기업경제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