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제신문] 서울 서초구 방배5구역이 유찰 가능성이 높은 입찰방식으로 시공사 선정에 나서면서 각종 의혹을 키우고 있다. 조합이 1차에서 단독으로 입찰했던 현대건설과의 수의계약을 염두에 두고 ‘고의 유찰’ 작전을 펴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앞으로 있을 제한경쟁방식에 따른 입찰은 단지 수의계약 시기를 앞당기기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방배5구역 재건축조합은 이번 2차 입찰에서 시공능력평가 15위 이내, 신용등급평가 A+ 이상(한국신용평가 기준) 등의 조건을 만족하는 제한경쟁방식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오는 10일 예정된 대의원회를 통과하면 이러한 방식의 시공사 입찰은 확정된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제한경쟁방식의 경우 5개사 이상이 응찰해야 입찰이 성립된다. 그런데 이 기준을 만족하는 건설사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림산업,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산업개발 등 5개사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5개사 모두 현장설명회에 참석하고 입찰까지 해야 입찰이 유효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만약 이들 중 단 1개사가 입찰까지 갈 것 없이 현장설명회에만 참석하지 않아도 그대로 유찰이다. 이에 대해 조합은 시공사 선정과 동시에 대여금과 사업비 등이 투입돼야하기 때문에 재무구조가 불안정한 건설사는 입찰을 제한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국신용평가는 신용등급평가의 경우 ‘A+’가 아닌 ‘A-’만 돼도 ‘안정적’인 기업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처럼 신용등급을 A+로 과도하게 정하다보니 입찰자격을 얻을 수 있는 건설사가 극소수에 불과한 것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1차에서 유찰된 경우 입찰조건을 완화하는 게 일반적인데 방배5구역은 오히려 입찰방식을 강화시켜 건설사들의 참여를 더욱 제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며 “입찰자격이 5개사에 불과할 뿐 아니라 5개사가 모두 입찰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입찰이 성립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그렇다보니 입찰조건을 강화시켜 현대건설과 수의계약을 빠르게 진행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팽배하다. 현대건설은 지난달 30일 입찰마감 당시 유일하게 입찰한 건설사다. 타 건설사들은 초기 사업비 부담과 기존 시공사와의 소송 등의 부정적인 시각으로 입찰을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현대건설을 제외한 나머지 건설사들은 현장설명회 조차 참석하지 않을 공산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수의계약의 경우 향후 본계약을 체결할 때 조합이 시공사에 끌려갈 뿐 아니라 사업자체가 시공사의 주도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만만치 않다.
한편 현대건설은 최근 수주한 서울 은평구 A구역에서 ‘갑질행위’로 시공권 자체를 박탈당할 상황에 처했다. 입찰지침서에 따라 약속한 입찰보증금을 정해진 기간 안에 납부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조합의 고유 업무인 협력업체 선정에도 관여한다는 등이 독소조항을 계약서에 포함시켰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현재 조합은 현대건설의 시공사 선정 무효절차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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