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경제분석칼럼①] 위기의 삼성... 위기의 삼성?

칼럼 / 이성관 / 2017-02-23 09:2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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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부회장의 구속은 삼성의 위기를 불러오는가?

【기업경제신문 이성관 기자】 지난 2월 17일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구속되었다는 뉴스가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1차 영장실질심사에서 기각결정이 내려진 후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체부장관의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역시 진짜 권력은 삼성이다”라는 말이 돌기도 했지만 2차영장실질심사에서 구속이 결정되었다. 그가 구속된 후 각종 언론에서는 관련 기사가 쏟아졌다. 하지만 언론사별로 구속을 바라보는 시각은 매우 달랐다. 보수적인 논조를 가진다고 여겨지는 언론사에서는 삼성의 위기설과 대한민국 경제의 위기를 맞물려서 보도했고, 비교적 진보성향의 보도를 하는 언론에서는 경제민주주의의 실현과 대기업 위주의 경제구조 재편에 무게를 두었다.


그러나 여기에는 몇 가지 해결되지 않은 근본적인 의문이 있다. 과연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은 삼성의 몰락으로 이어질까, 또 삼성의 위기가 필연적으로 대한민국의 위기를 가져올까? 반대로 이번 구속이 대기업 위주의 경제구조 재편과 관련되어 있는 것일까?



먼저 삼성이 우리 경제에 미치고 있는 영향력의 정도를 알아보자. 삼성그룹은 GDP(국내총생산)의 5% 가까이 차지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만 따지더라도 3.8%(2014년 기준)를 책임지고 있을 만큼 영향력이 크다. 좀 더 영향력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수치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내는 법인세의 4분의 1을 삼성그룹이 내고 있고, 법인세 납세액 기준으로 2위인 현대자동차보다 무려 네 배나 많은 법인세액을 납부하고 있다(2014년 기준). 단순히 세금만이 아니라 국민연금도 삼성그룹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어 “삼성이 망하면 대한민국이 망한다는 것”도 그저 협박용으로 넘길 수는 없다. 그러나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삼성그룹이 이재용부회장의 구속과 관련해서 위기를 맞을 것인가 하는 의문이다.


▲ 청와대 전경

1997년 IMF사태가 터지면서 경제적으로 얼마나 왜곡된 구조를 가진 채 우리 기업이 유지되어 왔는지 알려지게 된다. 기술혁신보다는 세계화라는 기치아래 해외에는 로비와 덤핑, 그리고 국내에는 애국심에 호소하는 방식으로 마케팅을 했고 거기에 정부의 대기업 위주의 성장기조가 덧붙여져 돈은 없지만 기업은 커지는 구조적 모순이 생기게 된다. 주식시장에서 일컬어지던 ‘대마불사(大馬不死)’의 신화는 깨져버리고 무수한 하청업체들의 도산이 이어졌다. 그러나 삼성이 두각을 나타낸 것은 바로 이 시점이었다. 이때까지 여러 대기업 중 하나이고, 또 재계에서 3, 4위에 머물렀던 삼성은 소위 ‘이건희식 혁신’을 내걸고 “마누라 빼곤 다 바꿔라” 라고 외치며 일단의 개혁을 시도했다. 그것이 휴대폰 시장의 폭발적 성장과 맞물려 2006년부터는 국내에서 1위는 물론이고 세계시장에 이름을 올리는 기업이 되었다. 현재 매출액만 놓고 보면 세계 30위권 안에 드는 초일류 기업이 되었다. 이것은 총수 중심의 혁신 개혁에 결과이고, 성과주의와 무노조경영의 원칙에서 일궈낸 성과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여기에 스마트폰 시장이 열리고 ‘fast-follow’ 전략으로 애플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업계를 선도하는 위치에 서면서 삼성전자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나 삼성의 위기설은 2014년 스마트폰 열풍이 잦아드는 시기에 시작되었다. 그 시기는 이건희 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나고 이재용 부회장이 실질적인 총수로써 3대 승계를 마친 시기와도 맞물려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의 이름으로 여러 사업을 벌였으나 성공한 사례는 찾기 힘들었다. 그리고 잘나가고 있던 스마트폰 시장에도 적신호가 찾아왔다. 처음으로 이재용부회장이 스마트폰 사업에 주축을 담당하여 진행했던 갤럭시S6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좋지 않았고, 갤러시노트7은 폭발물로 지정되는 수모를 겪었다. 세계시장에서도 애플의 여전한 강세속에 중국의 샤오미 등의 맹추격으로 중국시장 내에서의 스마트폰 점유율은 이미 1위에서 3, 4위로 떨어졌다. 삼성자동차 또한 지지부진한 상황이고 경기가 불황으로 치달으면서 소비재와 전자기기 소비가 급감한 것까지 겹쳐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리고 삼성의 근본적인 힘이었던 개혁정신은 이제 최순실의 딸에게 말을 사 바치는 방식으로 퇴색되었다.



물론 단순히 이재용 부회장의 실책이 누적된 결과로 삼성의 저조세가 시작된 것은 아니다. 국내 경기의 악화와 국제시장의 다변화, 그리고 중국의 도약 등 국내외적 요소가 영향을 미친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바꾸지 않으면 망한다”는 혁신의 동력을 잃고 보신을 위해 정권에 기댄 것이 삼성의 근본적인 경영원칙에 위배되었음은 부인할 수 없다.



한때, 세계 최고 휴대폰 생산 기업이었던 핀란드의 노키아는 스마트폰 시장으로의 변화를 감지하고 자체 OS를 개발하였으며, 앱스토어를 최초로 공개하였다. 그러나 기존의 1위 자리에서 누렸던 기득권을 유지하고자 적극적인 변화를 두려워한 나머지 스마트폰 시대가 도래한지 불과 3년만에 도산하게 된다. 노키아의 경영진은 “세계 1위 기업이 그것을 유지하는 방법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는 것이다.”라는 말을 할 정도로 변화에 대비를 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그런 노력에도 아주 작은 차이를 놓치고 변화에 조금 소극적이었다는 이유로 국제시장에서 가혹하게 외면당했고, 도산하기에 이르렀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변화를 주도한 것을 두고 총수의 경영능력이 삼성을 살렸다고 평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정작 이건희 회장이 주도한 가장 큰 변화는 자신이 직접 경영에서 물러나고 전문경영인을 적극 고용하면서 직원들의 급여와 복지수준을 높여 우수한 인재들이 삼성을 택할 수 있도록 유도한 것이었다. 물론 과거부터 정경유착의 예는 이미 차고 넘칠 만큼 많고, 지금의 대기업 위주의 성장이 기술혁신만으로 이루어졌다고 믿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정부주도의 성장을 거듭하던 시대는 예전에 갔고, 대기업의 경직된 태도로 경제 자체의 활력이 떨어져 버린 지금은 유착이 아니라 진정한 기술혁신의 시대에 발맞춰야 할 때이다. 이재용부회장의 진정한 실책은 바로 그 흐름에 역행하였다는데 있다.


그간 대기업 총수들에게 내려진 실형선고 이후에도 대기업들이 경영상의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는 보고는 없다. 삼성 또한 다른 대기업들처럼 이미 이재용부회장의 경영능력으로 유지되는 기업이 아니다. 오히려 총수중심의 경직적, 수직적 구조를 타개하고 유연하게 혁신을 이룰 수 있는 구조로 탈바꿈하는 계기를 마련할 기회가 되는 시기가 아닐까? 이재용부회장이 없는 삼성의 선택에 주목해야할 이유이다.


▲ 이성관 기자

* 본 칼럼은 연재형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며, 다음 주제는 삼성의 몰락이 우리사회에 미칠 영향과 닥쳐올 악영향에 대비하는 방법입니다.


* 참고문헌 : 『삼성전자가 몰락해도 한국이 사는 길』, 2016, 박상인 저


『두 명만 모여도 꼭 나오는 경제 질문』, 2013, 선대인경제연구소 저


『경제쇼』, 2013, 김광수경제연구소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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