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제신문 이성관 기자] 유승민 후보는 ‘중부담 중복지’ 라는 선명하고 간단한 슬로건을 내세웠다. 일자리 정책 구성에서 보이는 세밀함과 꼼꼼함이 돋보인다. 하지만 ‘일하면서 대접받는 나라’, ‘더불어 사는 공동체 복지’, ‘공정한 시장경제’ 등 진보적인 정책 공약들은, 보수 후보의 경제 정책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마치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의 공약이 문재인 후보와 거의 유사하거나 보다 진보적으로 평가받았던 것을 떠올리게 한다. 유승민 후보가 경제공약에서 내세운 몇 가지 포인트는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실천했으면 할 만한 것들이 많다. 우리나라의 경제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 대안도 정확하고 현실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현시점에서 바른 정당과 유승민 후보가 가진 가장 큰 문제는 후보의 당선 가능성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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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대인근 거리에서 젊은이들과 인사를 나누는 유승민 후보(사진제공: 바른정당) |
☉ 일하면서 대접받는 나라
유승민 후보는 지금까지 살펴본 후보들과는 달리 선관위에 제출한 ‘10대 공약’ 서두에 정책을 기안한 이유와 근거를 밝히고 있다. 전형적인 논문 형식의 플롯으로 그가 보이는 경제학자다움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자칫 탁상공론으로 빠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함께 떠올리게 되는 것은 필연적이다.
하지만 그 이후 현상을 파악하고 정리한 것을 보면 결코 탁상공론으로 보이지 않는다. 특히 앞서 언급한 유력 후보들이 월 근로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최소휴식시간’ 보장이라는 획기적인 개념을 도입한 것은 고무적이다. 여기서 휴식의 개념은 ‘연속 휴식’의 개념으로 최소 11시간을 연속적으로 휴식하게 하도록 규정하는 것이다. 이 최소휴식시간 보장은 저번 대선에서 크게 회자되었던 ‘저녁이 있는 삶’에 버금가는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는 개념이라고 여겨진다. 노동자의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기업에 적용을 하면, 교대 근무나 파트타임, 혹은 종일 근무 등의 다양한 형태의 근로를 수용할 기준이 모호해 진다. 그러나 연속 휴식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그러한 문제를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다.
또 보수정당으로 채택하기 힘든 최저 임금 1만원을 공식화하였고, 산업재해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 중 하나인 동시작업을 금지하는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공약하였다. 재원 마련 방향도 중부담-중복지를 내세워 솔직하게 요구하고 받은 만큼 돌려주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이렇게 우리나라 현실에 꼭 필요하고 진즉에 있어야 마땅했던 이 공약들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그것은 유승민 후보가 몸담고 있던 舊새누리당이 줄곧 그와 같은 정책들을 막아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책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회의감을 지울 수가 없다. 좋은 정책은 누구나 낼 수 있고, 선거 때는 무엇이라도 다 줄 수 있을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은 노동개악이라고 불릴 만큼 처참한 결과를 가져왔다. 실업문제, 산업재해문제, 비정규직 문제, 창업문제 등 어느 하나 제대로 풀린 것이 없었다. 그리고 노동개악이 이루어지는 동안 舊새누리당은 만장일치 찬성을 부르짖었다. 앞서 당선 가능성이 가장 큰 문제라고 했는데, 그 다음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라 할 수 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실현가능성에 대한 신뢰를 얻을 수 있는가’가 문제라고 보인다.
☉ 더불어 사는 복지공동체 실현
특히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는 것은 획기적이라 할 수 있다. 부모를 직접적으로 부양하는 경우가 상당부분 사라진 현실을 감안하면 자식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보장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는 조치임이 분명하다. 이와 같은 문제인식으로 2015년 그 기준을 완화한 바 있는데, 유승민 후보는 이를 완전히 폐지하면서 보편복지개념으로 접근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그 외에도 여러 공약이 있고, 그 중에는 물론 실효성 없는 공약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현실을 제대로 파악한 대책이라는 것에는 동의할 수 있다. 무엇보다 문제의식이 뚜렷하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겠다. 예를 들어 건강보험 ‘본인부담률’을 20%까지 낮추고, ‘본인부담상한제’ 혜택을 10% 수준으로 확대하는 것은 인구의 고령화와 환경악화가 급속화되는 현시점에서 의료비가 가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줄여가야 한다는 근본적 문제점을 짚고 있다. 물론 다른 후보들도 의료비 관련 공약이 있지만 그들이 단지 “낮춰 주겠다” 정도의 수준이라면 유후보의 공약에는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고 있다. 역시 경제분야만 놓고 본다면 경제학자로서의 세밀함과 꼼꼼함이 돋보인다.
☉ 총평
위의 두 가지 외에도 ‘창업하고 싶은 나라, 공정한 시장경제’, ‘혁신중소기업과 튼튼한 자영업을 위한 공정한 시장경제’, 또 주택공급에 관한 공약 등이 있지만 동어반복이 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현 시점에서 공약의 현실성이나 진정성 측면은 유승민 후보가 가장 잘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당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솔직하고 정확한 공약을 낸 측면도 있을 것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유후보의 경제 정책은 차용할만한 것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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